『아무튼, 여름』
'여름'이라는 말을 관념적으로 입안에서 굴려 본다. 정열의 계절. 온갖 즉흥성과 도전이 "여름이었다."라는 유명한 짧은 글귀 아래 합리화되고 심지어 장려되기까지 하는 바로 그 마법의 계절. 그 시기가 주는 주황빛에 가까운 노랑의 쨍한 시각적 이미지와, 별로 떠올리고 싶지는 않지만 몸이 기억하는, 무더위 속 흘러내리는 나 자신, 그리고 그 감촉을 씻은 듯 잊게 만드는 한철 청량한 과일들, 이를테면 수박 한 통, 복숭아 한 접시, 샤인머스캣 등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신다. 이 책의 말을 빌리자면, 정확히 스무 살의 나는 여름과 같은 사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당히 입밖으로 꺼내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속마음에 항상 솔직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얼레벌레 사는 것 같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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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맛』
나를 보살피는 일, 나는 지금 마음 속으로 무엇을 가장 간절히 원하고 있나? 한 마디로, 나를 아는 일. 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를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맡겨둔 애인이라도 있는 것 마냥, 난 다 알아- 하는 투의 자만심을 툭툭 흘리며. 아니었다. 하하.. 나는 항상 디즈니 공주처럼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 왔다. Someday, little star⋯ 바로 의무가 일찍 끝나는 삶을 살겠다고.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종일 여기 갔다가, 이거 했다가, 이것까지 참석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밤이 되어버리는, 내가 내 삶 속에 없는 나날들이 아니라, 아침에 무언가를 하고 나면, 아- 이제 다 했으니 오늘은 어딜 가서 무얼 하며 보내볼까, 기지개를 펴며 외칠 수 있는 삶. 그런데, 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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