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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한 사람

멀리 있어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下) 의미를 찾아야 한다라.. 해야 한다는 건 알면서도 계속 모르쇠 외면해왔어. 그도 그럴게, 그 사람이 정말 나에게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 그를 놓쳐버린 것이건, 아니면 알고보니 별로 그렇게 소중한 사람도 아니었는데 내가 그에 대해 과잉해석하고 과민반응했던 것이건, 전자와 후자 모두 기분이 몹시 찌뿌둥하잖아. 별로란 말이지.   하지만 드디어 어젯밤, 딱 느껴졌거든. 그동안의 고민들이 무안해지게, 너무 단순하게, 그리고 짧게.  아,  나는 더이상 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구나.  어쩜 이럴수가-! 라는 생각은 신기하게도 들지 않았어. 나는 항상 그런 사람인 것 같아. 많이 좋아하고, 하지만 절대 표현하거나 마음을 전하진 못한 채, 그렇게 멀어졌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모든 잔가지 마음을 깔끔히 잘 .. 더보기
시간성 자체가 추상화될 때, 우리 인생은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니까. 할 것은 대충 리스트업만 해 봐도 충분히 많고, 그것들을 다 언제 끝낼 수 있을지 감은 오지 않을 때. 하지만 이 챌린지같은 도전을 나의 자산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 보여주고 싶을 때, 증명하고 싶을 때. 성장하고 싶을 때, 모든 걸 내 안에 푸아그라🪿처럼 욱여넣고 팡! 터뜨리고 싶을 때. 나는 그때 너를 떠올려. 응, 너를. 😌 너의 곁에 짠 하고 보여줄 내가 없더라도, 내 곁에 짠 하고 보여줄 너가 없더라도, 너를. 내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너를. 항상 그리고 싶었던 너를 담은 그림을 떠올려. 벌써 머리 속으로는 백 번도 넘게 완성된 그 그림. 나의 이 모험을 끝내고 여유롭게 너를 덧그릴 여름을 생각해. 이 모든 순간을 그저 눈 꼭 감고 지나쳐야 하는 절망적인 허들로 여기는 게 .. 더보기
떠나가는 사람 나비처럼 훨훨, 사람이 떠나간다. 떠나가는 사람은 자유롭다. 훌훌 털어버리고. 이윽고 그 시선을 다시 들고, 한 걸음 뚜벅. 짐 정리는 조금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해당 시공간에 머무르던 일련의 자취를 아예 종결짓는 행위잖나. 그 모든 시간을 같이한 동료가 옆에서 지켜보는 채로, 해방자는 모든 걸 파란색 박스 안에 차곡차곡 정리해 넣는다. 이 삼차원 공간에 다채롭게 퍼져 존재하던 그 사람의 모든 자유로운 숨결 자락을 효율적인 직각의 정렬로 꽉 채워진 한 상자의 파랑에 욱여넣게 될 때까지. Blue는 남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어쩌면 그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일희일비를 생생히 공유하던 그녀에게 가장 크게. 떠나가는 그가 말했다. "제가 남기고 가는 일들 다 잘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입.. 더보기
나는 아둔해서 '나는 멍청해서 사랑이 보여야 믿어요.'⚪️'나는 아둔해서 보이지 않는 사랑을 막연하게 믿어요.' 나는 여려요. 나는 몇 번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아봤기 때문에 어리석은 짓은 하기 싫어요. 내가 후회할 행동도 하기 싫어요. 입을 앙 다물고 쳐다보는 내 눈빛을 당신은 영영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요. 저는 당신이 저에게 그렇게 보이듯, 당신에게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남에게 자기주장을 세게 하지 못하는 타입이에요. 원래 그렇잖아요, 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까보이기 전엔 우린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라요. 까봤더니 어머나! 다른 사람은 제 생각에서 크게 이탈한 노선을 달리고 있을 수도 있죠. 제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봐 주지 않을.. 더보기
Wild한 꿈 이야기 한 켠 O는 D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어 좋아한다. 어두운 방을 은은히 비춰 주는 왼편의 베이지 무드의 라이트. 넷플릭스에는 둘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장편 시리즈가 흘러나오고 있다. 맞다, O님 오늘 굉장히 피곤한 날이라 했죠. 깨닫고 보니 거의 졸다시피 스르르 감기고 있던 두 눈꺼풀. D는 오른 팔꿈치를 O의 어깨에 기대고, 그 큰 손으로 그대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한 번. 두 번. 세 번. O는 자신의 왼손이 지금껏 D의 무릎 위에 있었단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그녀의 졸음은 달아난다. 왼손도 치우고 시선도 치운다. 그러자 D는 돌아가버린 O의 머리통을 공중에서 사뿐하게 낚아채 다시금 그의 어깨에 안치하도록 만든다. 그러면서 나지막히 건네는 말. 조금만 기다려요. 뭘 .. 더보기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멋져 보인 건 처음이야 높아지는 언성, 꾹 닫히는 주변 사람들의 입, 더 이상 대화가 아니라 독백이 시작될 타이밍인 듯 기가 막히게 탁! 하고 켜지는 그 사람 위의 샛노랑색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그 어두워진 군중 어딘가에 있을 나. 아마 눈을 어디에 둬야할 지 몰라 눈앞의 종이나 손만 가만히 쳐다보고 있지 않을까. Look, I don't wanna fight- 🫥 난 전형적으로 이런 사람이야. 싸우기 싫어. 그냥 '무식해 보이잖아-' 가 아니야. 다 이유가 있어. 내가 이 세상을 100% 객관적으로 인식할 순 없다는 전제 하에, 내가 맞고 상대가 틀리거나, 또는 그 반대가 되거나, 어쩌면 나는 맞는 줄 알았는데 틀렸던 거였다거나, 어쩌면 틀린 줄 알았는데 정답이었던⋯ 그런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들이 있겠지. 그런데 애초에 그.. 더보기
야야 쟤 또 회피한다!! 열정적인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이에게는 일말의 동정이 전부다. 동정이 사랑이던가? - 신하영, 中 삶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부침의 연속이다. 솔직히 이런 말 하기엔 아직 어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그냥 내주기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걸 어찌하겠나. 그럼 원하는 걸 얻지 못한 5살짜리 어린아이는 어떻게 하냐고? 뿌에엥- 울어버리고 자신이 삐졌음을 온 행동과 눈빛으로 강력히 주장하건대, 다신 그 장난감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나는 어린가보다. 너에게는 아직 동심이 남아 있냐는 🌳의 질문에 주저없이 응! 이라고 답했건만 그건 동심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미성숙함이었나. 그런 셈이라면 어린아이에게 인간관계는 특히나 더 어려울 수 있겠다. 나의 여자 친구들이 새삼 참 좋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