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brary

『빛이 이끄는 곳으로』 '아름답다', 라고 무심코 입 밖으로 말해버리고 만다. 어떤 류의 대상들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난 그 아름다운 것들의 공통점을 찾고 싶다. 아니, 찾아야만 한다. 내 온 인생을 걸고서라도. 아름다움이란, 따스한 것들인가?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건물 보수공사의 허가를 받는 데만 1년이나 걸리는 파리에서 살아가는 나를 상상해본다. 느리다, 하지만 느리기에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본질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고 온힘껏 껴안으며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낭만주의자들의 말. 나는 과연 소위 '빨리빨리 한국인'의 긴박함에서 벗어나 그곳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그것은 내가 한국에서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되는 긴 시간을 몸담고 있었기 때문인가.. 더보기
『돌이킬 수 있는』 갑작스럽게 여자의 귀 안쪽을 때리는 진동이 일었다. 왼편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활엽수 때문에 건너편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멀리서 무거운 울림이 하나둘 착실히 건너오는 건 느낄 수 있었다.(p. 7) 이 책의 첫 페이지입니다. 가슴이 두고두고 벅차오르는 초능력 SF 순애 서사의 출발선이죠. 누구도 건드리려 하지 않는, 거대한 공동묘지 🪦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한 도시 하나가 오늘 이 세계에서 사라졌다, 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이게 무슨 웹소설 제목도 아니고. 그런데 그 일이 정말 일어났다. 깔끔하게 절취선을 따라 잘린 듯 폭삭,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몇십 초 동안 그 위의 모든 게 구덩이 속으로 빨려들어다가듯 떨어졌다고. 물리 시간으로 돌아가 보자. 중력가속도를 9.8, 반올림해서 1.. 더보기
『채식주의자』 나는 이 소설에서 나만의 깊은 생각을 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마치 작가들이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자신에게 되뇌는 것과 비슷한 자기세뇌다. 그리고 난 이런 자신감이 근거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간의 주목을 한눈에 받는다는 건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의 감상은 다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에. 당장 소설을 다 읽고 유튜브에만 가봐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제가 되는 '폭력성'을 무려 4개의 층위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전달한 한 인문학도도 있었고, 이 책이 등장한 선정적인 문구들을 큰 자막에 띄워가며 읊으신 후 이런 책이 노벨상을 탔다는 것을 '수치스럽다'고 힘주어 말하는 신부님과, 그를 지지하는 교인들의 댓글들도 많이 뒤를 따랐다. 그에 반해 어떤 영상에선 경기도 어떤 학교에서 이 전례 없는, 한국.. 더보기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이 책의 서말에서 프로듀서 신은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단편소설 에서의 '유지'와 같은 선택을 하는 인간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고. 9개의 단편이 얽히고설켜 결국 다 죽으며 끝나는 소설. 인간들은 역시나 덧없이 사라지고 고양이만 살아남았다죠.   🔴🟠🟡 꼭 다 죽거나 죽였어야 했나요? 🍮 🔪일단 책 자체는 참 감각적이었다. 서늘하고, 갑작스럽고, 우연의, 필연의, 찐득거리고 번뜩거리는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잘은 모르겠다. 엔딩 부분이 말이다. 생각해보라. 그 많은 사람들이 두 시간만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제목 그대로 '대학살'인 것이다. 그리고 대량실종이 발생한 이곳 뉴서울파크에는 온 부지를 뒤덮는.. 더보기
『홍학의 자리』 결국 홍학의 자리는 없었던 거다.   🦩   이 책을 검색하면 스포금지라는 단어가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런 고로 이번 감상문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써보련다.   추리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것이다. 분명 내가 읽은 대목일텐데, 우지끈하며 부서지는 지면에 흔들리고, 막상 마주한 순간 이럴 리가 없다며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뒤적거리게 된다는 것. 내 편견이 박살나자, 어이없는 심정으로 내 주장을 뒷받침해 주던 바로 그 문장으로 돌아가 보면, 막상 그 문장은 정확히 내 뜻대로, 내 기억대로 적혀져 있지 않다. 아니, 이게?! 외치게 되는 억하심정. 눈앞의 현실에 책을 부여잡은 채, 한쪽 입꼬리만 파르르- 떨리며 쓰윽 올라간다. 심장인지 마음인지 모를 것이 붕 떠있다. 아아, 이런 책을 마지.. 더보기
『삶의 에이스가 되는 「슬램덩크」의 말』 空気を吸い込んで、走れ!俺は飛べるから! 私が一番好きだったスポーツアニメは『ハイキュー!!』だった。仲間を信じて、後は任せて走るなんて、夢見たいで華々しいじゃない?だから、私ジーヒはバスケを始めましたーなんてことさ!ま、こういう考えも自分に時々思い浮かべるんだ。ハイキユーを見て、なんかワクワクするような、キラキラ輝く思い出を作りたいなら、同じく大学のバレー部に入るのがぴったりじゃないかなーって。もちろん、私がハイキューに出てくるキャラたちの、あの眩しいほどに高く跳び上がる能力に憧れたのは事実だ。でも、だからといって、私が目指している価値がハイキューにだけにあるとは思わない。私が望んでいるのは、私を興奮させて、熱くさせる場所。あの機会、あの人たちの集まりだから。似た温度を持つ集団に入ればいいんだ。私はバスケに興味が出てきたんだ。一人の活躍が一番目立つようにみえるけど、本当はチームメイ.. 더보기
『요즘 사는 맛 2』 You know, I know,we all know it.    음식은 중요하다는 걸.   내 삶이 맛없어질 때마다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책이 있다. 바로 배민에서 연재하는 『요즘 사는 맛』 시리즈. 그렇다면 나는 언제 내 삶이 닭가슴살처럼 퍽퍽해진다고 느끼느냐, 하면 바로 지금처럼, 돈이 없어질 때.   솔직히 말해서 돈이 물리적으로 바닥나 버린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음식에 돈을 투자하기 아까워서', '어차피 아는 맛'이라고 치부하며, '어차피 살이 좀 올랐으니 지금은 빼야 할 때'라고 합리화하며, '음식을 먹으러 이동하거나 음식점에 들어갈 바에야 차라리 여기 앉아서 이 일을 끝내겠다'며, 음식의 가치를 개무시할 때. 그럴 때, 나는 마치 죄지은 교인이 주일에 회개하러 나가는 것처럼 이 책을 집어드는.. 더보기
『파란 코끼리를 꿈꾸라』 인생은 여행이자 학습이다.정지 신호, 위험해 보이는 커브, 도로 위의 방해물 따위에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도전에서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결국 당신이 누군지,그리고 인생에서 어떤 성취를 이룰 수 있을지 결정할 것이다. 이만큼 되기까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안다면, 내 작업은 더이상 감탄을 자아내지 못할 것이다.- Michelangelo    분출하라! 도전하라! 주변의 눈초리를 무시하라! 날아오르라! 자유로워라! 사랑하라!   하, 이렇게 들뜨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You make me feel alive. 그들은 자신의 직업을 이런 단어로 소개한다: 이매지니어(Imagineer). 상상력(Imagination)과 공학자(Engineer)을 합친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피터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