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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결국 홍학의 자리는 없었던 거다.

 

  🦩

 

  이 책을 검색하면 스포금지라는 단어가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런 고로 이번 감상문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써보련다.

 

  추리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것이다. 분명 내가 읽은 대목일텐데, 우지끈하며 부서지는 지면에 흔들리고, 막상 마주한 순간 이럴 리가 없다며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뒤적거리게 된다는 것. 내 편견이 박살나자, 어이없는 심정으로 내 주장을 뒷받침해 주던 바로 그 문장으로 돌아가 보면, 막상 그 문장은 정확히 내 뜻대로, 내 기억대로 적혀져 있지 않다. 아니, 이게?! 외치게 되는 억하심정. 눈앞의 현실에 책을 부여잡은 채, 한쪽 입꼬리만 파르르- 떨리며 쓰윽 올라간다. 심장인지 마음인지 모를 것이 붕 떠있다. 아아, 이런 책을 마지막 단락까지 다 질주해버리고 나면 그대로 가드레일을 뚫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차 속 숨막히는 운전자의 기분이 되어버린다. 또 하나, 이런 코난이 등장할 것만 같은 책을 읽으면 온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작가가 아무 의미 없이 한 문장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거라 믿는다. 그럼 온 텍스트 속 세상이 사건 현장이 된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달까, 스스로 작은 단서를 놓치지 않고 의미 부여하는 자신의 예민함이 마음에 들게 된달까.

 

  충분히 자신을 살해하고도 남을 사람들에 둘러싸여 죽어간 다현. 여성스러운 그 이름이란, 참.

 

  "가능합니다. 남학생이니까요."

 

 
홍학의 자리
10년 가까이 스릴러 장르에 매진하며 장편 단편 할 것 없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을 발표한 정해연 작가의 신작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됐다. 『홍학의 자리』는 한 남자가 사체를 호수에 유기하는 장면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프롤로그는 이것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정해연 작가의 장점은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
저자
정해연
출판
엘릭시르
출판일
2021.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