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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사피엔스의 낭만적 본성

산타 할아버지는 존재할까요?
-그럼요! 나를 위해서 선물을 주러 와야 하거든요!
 

에타에서 발견한 글.

🎅🏻🎄
 
 

  산타는 아이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닐 텐데. 산타 알바맨은 그저 돈이 궁하기 때문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덥수룩한 흰색 털쪼가리를 귀까지 걸고 호호- 추운 겨울날 이곳 저곳으로 클라이언트들의 저택을 돌아다닐 뿐인데. 불쌍한 아이같으니라구. 하지만 제목 그대로야. 사피엔스는 낭만적이야. 이 우주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200만 년 전 homo genus가 등장했을 때, 20만 년 전 homo sapiens가 등장했을 때도, 그리고 문명이 출현하고 역사 시대가 펼쳐졌을 때에도 이런 외롭고 쓸쓸한 질문은 안 던졌을 지도 몰라.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더 낮았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나? 이런 우연성과 불확정적인 세계의 발걸음들에 의심을 갖게 되면서 인간은 점점 직시하게 되었어. 과거와 미래라는 무한 가운데 숨막힐 정도로 작은 점으로 꽉 끼어 있는 그들의 존재를. 광활한 우주 속에 던져진 티끌 같은 자신을. 아아, 이리도 하찮은 시간성과 공간성의 존재라니! 그 와중에도 사피엔스는 '목적'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명사로 사전에 소중히 등록해 두고, 끊임없이 그 정의를 고민한다는 거지. 낭만적이야.
 
  무엇을 삶의 목적으로 삼아야 해? 우리는 파스칼의 표현을 빌리건대, 그저 '던져진 존재'이잖아? 생각하는 갈대, 그들은 왜 착하게 살아야 해? 지금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꿈인지 뇌내 세상인지 알게 뭐야? 우리가 창조된 목적이나 죽으면 필연적으로 회귀하는 곳도 결국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라면 권선징악은 왜 존재하는 것이며, 나는 왜 이 고독감을 온전히 감내해낼 수밖에 없어? 엄마, 우리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거야?
 
  그건 말이지,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거대한 우주를 휘어삼키고 꿀꺽, 입맛을 다시는 바로 그 순간을 위해서야. 너라는 우주를 품을 수 있게 되어~ 이런 말들은 식상할 수 있어. 왜냐하면 네가 말했듯이 이 우주는 너를 인식하기엔 너무 광활하고 무한하거든. 하지만 너는 그 우주를 인식할 수 있지. 생생히 눈에 담을 수 있는 거야. 생각하고, 예리하게 판단하고, 가끔씩은 실수하며 너의 존재를 통해 세계를 인식해 나가는 거야. 추상적인 말들만 술술 나왔다면 미안해. 하지만 네가 살아감에 따라 삶의 의미라는 거대하고도 막연한 안개는 조금씩 조금씩 응결되며 네 안에 방울방울 고이게 될 거야. 
 

 '어디 있든 잘 하고 있는 걸 아니까'.
🧑🏻
 

  누군가가 네게 말해주었듯이,  넌 너만의 목적과 이유들을, 가치들을 찾을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