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는, 순수한 궁금증이 어린 얼굴. 수업 중 한 선생님께 이 말을 듣고, 수업 후 또다른 선생님께 이 말을 다시 듣는다. 그걸 본 첫 번째 질문의 선생님이 푸하하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앞으로 세 번은 답해야 할걸~
흠흠, 일단 제가 이러한 질문에 취하는 공식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교 때 팀스포츠가 하고 싶었는데, 그중에서도 농구가 제일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대답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팀스포츠를 하고싶었다는 말로 그룹핑된 후보들에 한 발짝 성큼 다가가고, 두 번째로 그 중 가장은 농구였다는 말로 핀포인팅했으니까. 세 번째로 "2학기 때 여자농구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지금 미리 배워두고 있어요." 라는 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하지만, 실은 아주 개인적으론, 농구 동아리에 들어가고, 어느 무르익은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농구부, 왜 들어왔어~?" 하고 물결표를 붙여 능청스럽게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해 줘야지 하고 주머니 한켠에 꼭꼭 숨겨둔 솔직한 이유 하나가 따로 있다. 그건,
제가 좋아한 사람이 농구를 많이 좋아해서요-
듣자마자 우오오오 하고 분위기가 재미있게 달아오를 만한 안줏거리. 많이 좋아했나 보다~! 누군데?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 등등.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원인이 되었든 결과가 되었든 모든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론, 곰곰이 다시 생각해 봤을 때, 그게 전부는 당연히 아니다. 그건 이유가 아니라 계기에 불과하니까. 만약 '나는 농구를 잘하게 되어 그 사람과 나중에 농구를 계기삼아 다시금 만나보고 싶어요.' 라고 한다면 그건 이유가 되겠지만, '그 사람이 농구를 좋아해서 관심이 생겼어요. 지금은 농구 자체에 이유가 있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라고 한다면 그건 시발점, 계기, 점화의 개념에 가까우니까.
그 사람이 말했다. 농구는 학살하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고. 솔직히 조금 야만적이고 거친 이유라 생각하지만.. 그 사람이 농구를 많이 잘한 결과 타인을 학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 걸 누굴 탓한담. 나는 누군가를 학살하는 지경까진 이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과 이 점에선 동의한다. 농구는 개인적인 플레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는 입장. 팀스포츠는 꼭 해보고 싶었다. 하이큐-!!를 보며, 동료를 믿고, 서로를 끌어올려주고 뒷받침해주는 '팀'으로서의 합동을 한 번쯤 내 삶에 깊게 끌어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 어떤 팀스포츠도 접해보지 않은 올라운드 초심자로서, 어떤 구기 종목을 선택해야 좋을까.
이때 농구가 내 안의 토너먼트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죠. 무언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배구처럼 타인이 어울려주어야 연습이 되는 구기 종목은 내 노력이나 의지만으로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긴 어렵다. 하지만 농구는,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몇 시간이고 드리블을 연습할 수 있고, 슈팅도 연습할 수 있고, 공과 친구가 될 수 있다. 개인적이며(학살적이고), 동시에 팀워크가 중요한 농구. 히히. 진심으로 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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