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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삶은 셀로판지처럼

  이루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보자! 굳이 '3월 안에'라는 형식적이고도 불필요한 수식어는 붙이지 않겠어. 내가 가장 간절히 열망하는 순서대로, 차근차근, 결국 다 이루어낼 거라 생각해. 하나둘씩 발자국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덧 이번 학기가 끝나 있을걸?
 
  그러니까, 이 글은 나의 욕망의 항아리인 셈이야. 와르르 이곳에 쏟아 놓고, 조금씩 삶이 느슨해진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돌아와서 자극을 받는 거지. 일단 일본어 공부를 꼭 끝내고 싶어. 항상 무슨무슨 '어' 자로 끝나는, 정말 매력적이고도 탐스러운 언어 능력. 나는 내가 스무 살 중후반 즈음 1년 간 일본에서 워홀을 즐기며 맘껏 개발 공부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퐁실퐁실한 바닐라 푸딩을 먹으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언제든 상상할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선 일단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할 텐데, 이렇게 의지가 약해서야. 부디 집에 돌아가서 3주 안에 끝내는 일본어! 책을 펼쳐 들고 day2를 향해 직행하길 바라.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돼. 언어 공부를 마치 박음질 하듯이 너무 뒤로 뒤로 돌아가지만 말아줘. 
 
  컴활 1급! 간지가 나잖아.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 정말 간지 하나로 따는 거야. 이게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딱히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저번에 딴 전산회계 자격증 2급도 마찬가지였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재밌었고, 또 저번엔 아예 내 전공과 동떨어진 분야의 새로움이었다면, 이번 자격증은 완전 나의 본거지, 본 놀이터잖아? 차근차근 꼼꼼히 공부해 두고 싶어. 그냥 시험을 좋은 성적을 내서 통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영상도 듣고 문제도 풀어 가며 그 과정의 것들을 뿌리채 쑥쑥 흡수해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필라테스와 아침 러닝! 솔직히 아침 러닝은 내가 얼마만큼 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잘 서진 않지만, 정말 상쾌한 하루하루가 될 거야. 내가 내 몸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해 그래도 밀고 나간 결과, 고통 끝에 나름의 뿌듯함이 자리잡는 순간들이. 운동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할 필요가 있을까? 내 자신의 몸이 좀 더 탄탄해지고 매력적이 될수록 그 차이를 누구보다 크게 체감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일텐데.
 
  그리고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자!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욕심내서 바리바리 빌려오고 싶진 않아. 다만 일주일에 한 권씩은 꼭 읽어내고 싶어. 아침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더라도, 노트북은 사무실에 두고, 책 한 권만 달랑달랑 들고 다닐래. 오가는 시간에 쓸데없이 유튜브나 인스타 릴스 따위를 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독서에 진심인 사람들이 참 좋았어 항상. 나도 내가 좋아하는 그들과 비슷한 결의 사람이고 싶은걸.
 
 촘촘하게 마일스톤들을 잡고 이루어 가고 싶은 건 그림이 그 무엇보다 커! 정말 바라만 보고 있어도 스멀스멀 웃음이 차오르고 저 빈 여백들은 어떤 장식품들로 가득 채워질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내 그림! 생각보다 나는 '나의 무언가'에 대한 애착이 큰가 봐. 시리즈도 그리고 싶고, 어떤 사람들은 기록성으로 그려 남겨두고 싶고, 계절이 바뀌어갈 때마다 달라지는 기분들을 전부 내 그림을 통해 녹여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바로 개발. 더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나는, 나는. 정말, 한없이 커지고 싶어. 나중에 내 삶에서 살포시 이탈해 나간, 좋아했던 내 사람들 중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한 점 부끄럽지 않도록. 윤동주 시인의 한 점 부끄럼과는 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들로 바쁘고 싶어. 이들에 한없이 깊이 스며들어 몸 이곳저곳이 쑤시더라도 머리를 쓸어넘기며 푸스스, 웃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드르륵 탁, 여러 컬러의 셀로판지들로 내 삶을 마구 덧입히고 싶어. 정말 마구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