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earning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2399일⟩ 여기, 매번 머리를 부여잡으며 연신 "어렵다, 어렵다"라고 외치는 한 할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뒷걸음질 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자신은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만들어낼 것이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서  다시 자신의 어려움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한 할아버지가 있다. 참 멋진 할아버지다. '멋진' 할아버지 👴🏻모두들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그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님이 이 할아버지라는 걸. 모두가 우러러보는 창작자의 대선배 같은 분, 가수 요네즈 켄시가 자신의 '북극성'이라 부르는 분.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진 그가 그저 천재적인, 타고난 재능으로 머릿속에 잠재해 있는 세상을 그대로 뽑아내 현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특기'인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장장 7년에 가까.. 더보기
매 순간순간-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아도 된다! 라는 말은 좋은 말이에요. 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에겐 이렇게 잘만 말하면서 우리 자신에게는 이렇게 자주 말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왜요? 타인이 자기 인생을 사는 것과 자신이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은 본인에게 있어서 그것이 갖는 무게 자체가 다르거든요. 성공도 내게서, 실패도 내게서.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남들에게서 받는 시선의 길이도, 온도도 전부 내 책임인 것만 같아요. 으음, 알아요, 오은영 박사님은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람의 몫, 그 사람의 과제'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후련하게 '선택의 자유'를 얻게 되진 못하나봐요. 내 삶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벽에 걸려, 오고가며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감상, 내지 평가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딱딱한.. 더보기
AgenticAI의 시대에 Agile하게 살아간다는 것 어쩌다 보니 제목에 triple A가 들어가 버렸다. 'Agentic AI', AA는 ChatGPT만큼이나 나에게 익숙하게 발음되진 않는데, 그 이유는 아마 아직 현실화되진 않은 많은 공학자들의 꿈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학자들뿐이랴, 모든 사업가, 정재계인, 그리고 그로 인해 득을 볼 일반인들까지.   AgenticAI란 말 그대로 Agent의 역할, 휴먼 비서의 역할을 해주는 personal AI를 일컫는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동안 출장용 비행기를 예약하고, 호텔을 검색하고, 내 동의 하에 결제를 진행하고, 여행지에서 즐길 음식과 콘텐츠를 정리해 나에게 추천해주는, 정말정말 유능한 비서. 내 모든 사소한 동작이나 습관들까지 모니터링해 나도 눈치채지 못했던 나의 신체적, 정신적 건.. 더보기
20대 내 주변, 인스타 속 사람들, 다양한 성공 후기들.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쟁취해낸다. 달려나가는 사람들에 둘러싸인 20대 청춘은 역시나 새까맣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이루라고. 항상 성공을 바라보며 매일을 살라고. 동기부여된 상태로, 고양된 상태로, 매순간 깨어 있으라고. 그렇게 나를 지금껏 이뤄온 것들, 나를 이제껏 지나쳐간 사람들, 경험들은 모두 내 뒤에 남아 하나의 아쉬움으로, 하나의 미움으로 자리잡는다. 삶을 살아갈수록 미워하는 것들이 많아지면 안되는데. 더 많이 경험할수록 더 많이 닫히고 더 깊이 싫어지면 안되는데.    내가 올곧게 보존하고자 했던 순수함이 오그라들며 나를 애처롭게 쳐다본다. 하지만 순수하게만 살았다가는 내 밥그릇을 제대.. 더보기
야근, 어때요? 매일같이 야근하고 같이 일하는 게 지희님이 생각하신 팀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나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조금 우울해졌다. 프로덕트를 사랑하지만 칼퇴를 조금 더 사랑하는 디자이너님이 불현듯 보고싶어졌다. 나는 왜 이곳에 남고 싶어하는가? 아니, 애초에 남고 싶어하긴 하는가?   고민은 해볼수록 좋은 거니까. 우리 대표님에게 한 가지 배운 대로, 논리적으로 비교, 분석을 해보자. 나의 경험 데이터 속 기억의 구슬들을 불러내보면 된다. 먼저, 나는 작년에 조교를 관둔 이유를 딱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커리어적으로 얻어갈 수 있는 건 쥐뿔도 없는데, 내가 신경써주길 요구하는 것들은 많아서.    이건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잘하는 지와는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내가 단순히 남들보다 그 일을.. 더보기
'전문가'의 인상 단정한 의상, 투명한 눈빛. 입 밖으로 나오는 줄줄이 미리 준비된 것 같은 인위성은 없으면서도, 이 모든게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왔다는 건 또 확실하게 느껴지는 연륜감. 필요 이상의 어-, 그-, 이제- 를 붙이지 않는 깔끔함. 명확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해 내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줄 아는 미래지향적 인재. 말에 힘을 주지 않아도 홀린 듯이 따라가게 되는 어조, 속도, 높낮이. 과하지 않은 정제된 제스처, 이 사람을 사석에서 만난 적은 없어도 몇 가지 사소한 행동들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인품. 이 자리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상대에게 제공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아는 지적 능력.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드리겠다며 경례를 취하는 듯한 '바른' 인사를 마지막으로 뚜.. 더보기
농구, 왜 하세요? 🏀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는, 순수한 궁금증이 어린 얼굴. 수업 중 한 선생님께 이 말을 듣고, 수업 후 또다른 선생님께 이 말을 다시 듣는다. 그걸 본 첫 번째 질문의 선생님이 푸하하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앞으로 세 번은 답해야 할걸~   흠흠, 일단 제가 이러한 질문에 취하는 공식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교 때 팀스포츠가 하고 싶었는데, 그중에서도 농구가 제일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대답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팀스포츠를 하고싶었다는 말로 그룹핑된 후보들에 한 발짝 성큼 다가가고, 두 번째로 그 중 가장은 농구였다는 말로 핀포인팅했으니까. 세 번째로 "2학기 때 여자농구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지금 미리 배워두고 있어요... 더보기
삶은 셀로판지처럼 이루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보자! 굳이 '3월 안에'라는 형식적이고도 불필요한 수식어는 붙이지 않겠어. 내가 가장 간절히 열망하는 순서대로, 차근차근, 결국 다 이루어낼 거라 생각해. 하나둘씩 발자국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덧 이번 학기가 끝나 있을걸? 그러니까, 이 글은 나의 욕망의 항아리인 셈이야. 와르르 이곳에 쏟아 놓고, 조금씩 삶이 느슨해진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돌아와서 자극을 받는 거지. 일단 일본어 공부를 꼭 끝내고 싶어. 항상 무슨무슨 '어' 자로 끝나는, 정말 매력적이고도 탐스러운 언어 능력. 나는 내가 스무 살 중후반 즈음 1년 간 일본에서 워홀을 즐기며 맘껏 개발 공부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퐁실퐁실한 바닐라 푸딩을 먹으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언제든 상상할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