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제목에 triple A가 들어가 버렸다. 'Agentic AI', AA는 ChatGPT만큼이나 나에게 익숙하게 발음되진 않는데, 그 이유는 아마 아직 현실화되진 않은 많은 공학자들의 꿈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학자들뿐이랴, 모든 사업가, 정재계인, 그리고 그로 인해 득을 볼 일반인들까지.
AgenticAI란 말 그대로 Agent의 역할, 휴먼 비서의 역할을 해주는 personal AI를 일컫는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동안 출장용 비행기를 예약하고, 호텔을 검색하고, 내 동의 하에 결제를 진행하고, 여행지에서 즐길 음식과 콘텐츠를 정리해 나에게 추천해주는, 정말정말 유능한 비서. 내 모든 사소한 동작이나 습관들까지 모니터링해 나도 눈치채지 못했던 나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이슈들을 알아차리고, 나로 하여금 다양한 활동들을 도전해보도록 손을 잡고 이끌어주는, 한마디로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는 친우같은, 부모같은, 조언자같은, 스승같은 존재. 생각해보면 AgenticAI가 정말로 실현되었을 때 그 주인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은 듯하다. 워낙 드라마나 웹툰 등에서 유능한 여성 비서 주인공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 것일까. 다만 일개 개개인으로서 그런 비서를 부릴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위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운데 나를 세워놓고 상상해 본 적이 없을 뿐. 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일반인들에게까지, 더 유용하고 편리한 삶의 방식을 자신의 인생에 도입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기회를 제공'할 뿐,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잘 적응을 하냐 마냐는 개인의 능력일 것이다.
김윤 박사님의 강연이 끝난 후 이어진 질문들은 학생들 각자의 전공, 상황, 그리고 진로 속에 'AI의 시대'라는 키워드가 스며들었을 때 어떤 수많은 고민들과 마찰들이 파생될 수 있는지를 엿보게 해주었다. 단순히 기술친화적이지 않은 사람일 뿐인데, 그 사실만으로 새로운 시대에 매번 뒤처지는 인류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올 것인지의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미래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진로를 변경하도록 암묵적인 강요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까지. 그 전까지, 그러니까 강연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이토록 강력한 신기술이 우리들의 곁에서, 인간들이 볼 수 없었던 자연의 언어를 읽고, 더 커다란 차원의 사회적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그 누구보다 나를 '개인적으로' 더 잘 알고, 이 제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를 누구보다 잘 지원해줄 수 있는, 그런 찐득한 신뢰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야망찬 비전이, 두렵기보단 기대되었다. 신기했고, 갈망하게 되었다. 'For the better good'이라는 슬로건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변화가 빠르게 찾아올 것이며, 그 지각 변동과도 같은 혁명적 붐과 버블의 반복은 그 이전까지의 1, 2, 3차 산업혁명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급속도로 벌어질 것이란 사실. 그 사실이 내겐 단 하나의 두려움인 것 같다.
세상에 뒤쳐지는 사람.
내가 되기 싫었던, 가능한 한 멀어지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인간상이다.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고, 그로 인해 비생산적인, 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필요없는 인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집단. 마치 다른 인간은 적응할 수 있는데 내가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 차이만으로 나는 '할 수 있는데 못하는, 안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 아, 생각만으로도 싫다. 하지만 이런 범용적 AI의 등장이 필연적으로 'AI를 부리는 사람'과 'AI에게 부려지는 사람', '노예를 만드는 사람'과 '노예가 되는 사람'의 이분법적 판가름을 가져온다면, 즉 누군가는 이쪽이 되고, 다른 누군가는 저쪽이 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실로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다.
그 점에서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스스로 handicap을 차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미친듯이 '남들보다 더 빨리 찾아내려고, 만들어내려고' 노력할 때, 이 거센 흐름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이어져야 할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고민하고, 제재하고, 폐기하는 그 이들이 참으로 멋져 보였다. 그게 고단수이니까, 그게 진정한 AI 전문가니까. 라고 말씀하시는 박사님과 박사님의 동료들이 참으로 반짝였다. 언제나 그들처럼 귀를 열고, 관심을 기울이고, 살아가자. 변화하는 세상에 내가 진정으로 가치있을 수 있도록. 중요한 순간에 내 목소리를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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