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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순간-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아도 된다!

  라는 말은 좋은 말이에요. 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에겐 이렇게 잘만 말하면서 우리 자신에게는 이렇게 자주 말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왜요? 타인이 자기 인생을 사는 것과 자신이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은 본인에게 있어서 그것이 갖는 무게 자체가 다르거든요. 성공도 내게서, 실패도 내게서.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남들에게서 받는 시선의 길이도, 온도도 전부 내 책임인 것만 같아요. 으음, 알아요, 오은영 박사님은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람의 몫, 그 사람의 과제'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후련하게 '선택의 자유'를 얻게 되진 못하나봐요. 내 삶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벽에 걸려, 오고가며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감상, 내지 평가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딱딱한 벽에 꽂혀버린 저는 그 모든 시선을 의식하게 돼요. 지금까지 왔던 것처럼 '정도'를 걸어야 할 것만 같죠.
 
  사실 이 말도 웃겨요. '정도'라니. 남들이 정해놓은 규칙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역시, '관성'이랄까요, 지금까지 잘 해왔고, 누구나 동경하는 곳을 향해 올라오는 데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할 것만 같았어요. 그 기본 중에 기본은 당연히 학과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이죠. 물론 전 수업을 열심히 듣게된 요즘의 제가 참 좋아요, 알아가는 것, 제 안에 쌓여가는 게 점점 생긴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오늘은 로드가 적어서 딱히 신경쓸 것 없다고 생각했던 의외의 수업에서 만나게 된 이동원 PD님이 제 마음 속에 후우- 간질간질한 봄바람을 불어넣고 가셨네요.

스토리텔링은 능력이다!

 
  강연의 첫 부분은 초등학생 이동원의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그 아이가 자라서 고등학교로 이어지고, 공부를 갑자기 해야하는 이유가 생기게 된 계기, 삼수 시절, 그리고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그렇게 몰입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이미 알고있는, 지금까지 겪어본 한 명의 '학생'의 인생이라 그랬을까요. 그런데 진짜 어느 순간이라고 딱 잘라 말하지 못하지만, 대학교 시절, 그가 '남들 다 하는 무언가'를 똑같이 따라가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무기한 휴학을 때리며 전세계의 진기명기한 경험들을 하고 다녔던 시절의 썰을 풀 때였을까요, 정말 푹 빠져들어버리더군요. 그의 행적에, 그의 언어에. 아님 이집트를 지나고 천연 바다거북이를 돌보며 찍힌 그의 한껏 그을린 피부를 보았을 때였을 지도 몰라요. 배경지식이 없었으면 동양인의 피부색이라고는 절대 생각 못했을 정도로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거든요. 그런데 뭐랄까, 그가 그런 피부를 가지게 되기까지, 남들이 기피하고 선택지에서 배제한 온갖 더운 나라, 개발도상국,  판자촌 마을들을 전전하며 스스로만이 쌓아갔을 재미있는, 소중한, 인연들, 경험들, 감정들이 다 연상되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모든 사건들을 매끄럽게, 자연스럽게 이어내, 적절하게 강조하고, 왜곡하고, 과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타이트하게 청중들의 이목을 휙 잡아채는 그의 언변 능력이, 그 스토리텔링 능력이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그가 자신의 경험들을 전부 '스토리화'해낸 것, 어떤 경험이든지 남들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자신만의 다음 계단을 위한 발판으로 삼은 것, 자신의 모든 굴곡이 결국엔 짜릿찬란한 하나의 과정이었다-라고 당당하게 연단 앞에 서서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는 현재의 그. 그게 다 종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네요.

  결국엔 내 흥미가 이끌리는 대로 내 인생을 휘둘러도 좋다는 거에요.

 

  사람들 각자의 삶은 다 아름답죠. 다만 사람들 자신이 각자의 인생을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니라고 괜시리 깎아내리는 것만 같아요. 그들 모두 그럴듯한 강약조절과 템포조절을 하면 엄청나게 흥미로운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냐, 무슨 생각 하나를 딱 가져가고 싶냐 하면,

인생은 당신이 가치를 부여하는 만큼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다.
단 한번 살 수 있다면,
재밌고 알차게 살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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