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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간단하게 말해 보죠. 그냥 하면 됩니다. 시작도 전에, 문제라 할 것을 맞닥뜨리기도 전에 지레 겁먹고 들숨날숨이 어지러워질 필요 없어요. 그냥 고. 요즘은 이런 말을 듣는 것도, 내뱉는 것도 무척이나 편안해졌습니다. 나는 조금씩 내가 원하던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요. 그것만은 아직 잘 확신이 안 서긴 하네요.

 

  하지만 어제는 그림을 그렸어요. 마음에 들었죠. 내가 포기하고 치워버리고 말 거라 혼자 은연중에 비관했었던 그 비운의 그림이에요. 완성까지 달릴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파란색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선 참 많이 나왔어요. 많은 것을 파란색 천으로 사르륵 덮었죠. 마치 모든 용서의 마스터 키인 것마냥. 고등학생 때 나는 이런 비유를 참 좋아했는데, 요즘엔 아닌가 봐요. 왜죠. 간절하게 바라는 순수한 목적의 꿈이 사라졌기 때문일까요. 그러지 않기를 바랐는데. 자꾸자꾸 본연으로 파내려 가고 싶다 고개를 도리질 쳐도 여간 만만히 볼 만한 일은 아니었네요. 재작년 철학 수업 시간에 배운 명상법 같아요. 마음을 비워내는 게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렵댔죠.

 

  하지만 완벽주의를 원하는 어느 때에 툭툭 버리고 이렇게 후루룩 무언가를 해내도 된다는 인식만은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야만 탄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걸작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전 필시 그것들을 좋아할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밤의 팔레트』, 『미래는 허밍을 한다』를 펴낸 시인 강혜빈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시인 ‘강혜빈’, 사진가 ‘paranpee(파란피)’, 그리고 또 하나의 이름 ‘강이도’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그의 첫 산문집인 만큼, 수필, 편지, 사진, 초단편소설 등 어디서도 보지 못한 다채로운 강혜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산문집은 오래도록 사물을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이자, 숨겨진 색에 대한
저자
강혜빈
출판
&(앤드)
출판일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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