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aking money

TO.사장님

안녕하세요, 사장님. 월급을 올려주시겠어요?

 

👀💰🤗

 
  일단 먼저, 저는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다면 제 가치를 못 알아봐 주신다는 뜻이니 이 회사를 뛰쳐나가겠어요! 라는 입장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먼저 확실히 밝혀두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어디서 들은 말인데, "돈이 시간의 가치를 낳는 게 아니라 시간이 돈의 가치를 낳는다"라는 말에 저는 진심으로 공감하거든요.
 
  그냥 동어반복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해석하기론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는 돈을 받기 때문에 내 시간을 희생해 일을 하는 태도에 가깝다면, 후자는 바로 내가 인생에서 시간과 함께 노력과 관심과 정성을 들이기로 선택한 일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에, 가장 최우선가치를 부여한 일이 이것이기 때문에, 이것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의미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보상으로 받는 돈과, 제가 이 일에서 느끼는 가치 이 둘 중 하나가 어쩔 수 없이 나머지 하나를 제치고 더 먼저가 되는 구조일 텐데, 저는 무조건 후자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령 월급이 지금보다 낮다고 하더라도요. 왜냐하면, 전에 몇 번 물어보셨죠, 정말로 일이 재미있느냐고.
 
  그때도 똑같이 답했지만, 저는 정말로 일이 재미있다고 진심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전까진 월급 인상이나 스톡옵션 등의 건에 대해서 먼저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은 일단 제가 개발자 시장에서 평균치를 내 보았을 때 1인분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굳이 제가 예시를 들지 않아도, 개발단 딜레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출시가 계속 미뤄졌던 건이나, 에러가 터졌을 때 조치가 미숙해 주위 분들께 불편을 안겨드린 건 등등을 생각해 보았을 때 사실입니다. 물론 그때에도 일을 싫어한 건 전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일이 더 재밌어지기 시작한 건 최근이 훨씬 더 큽니다.
 
  일단 개발팀은 기획팀, 디자인팀 그 가장 마지막에 업무가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그 마지막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비로소 실체를 부여해, 제 손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기획팀은 어떤 방향으로 앱을 다듬어 나갈 지, 이 기능을 넣거나 빼면 사용자들이 좋아할 지 싫어할 지 몇 번이고 고심한 끝에, 디자인에 착수해 달라고 해당 건을 넘겼을 겁니다. 디자인팀은 이 기능을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가장 친숙하게, 우리 서비스답다-고 느끼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컬러 하나, 모양 하나, 간격 하나, 워딩 하나하나를 신중히 결정해 개발단에 넘겨주셨을 겁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최선의 아웃풋이 담겨 있는 바톤을 들고 비로소 한 바퀴의 결승점을 통과해낼 때, 더할 나위 없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제가 1인분을 못할 때는 그 소중한 바톤을 들고도 빨리 성과를 보여드릴 수가 없어 괴로웠고, 반면에 일에 적응하고, 편해져서, 웹 등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영역을 무사히 개발해내거나, 새로운 기능을 도입할 때 "맡겨주세요!"라고 말하며 거리낌없이 빠르게 결과를 내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서, 저는 요즘 정말로 일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저는 지난해 가을 사장님께서 말씀해주신 이 프로덕트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고 있는 동료들 중 한 명이며, 난관을 극복해나가기 위해 다같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기대를 받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 참 감사하다고 느끼는 팀원 중 한명이니까요.
 
  저의 KPI는 무엇이냐고 저번에 사장님께서 물어보셨죠. 한주간 많이 고민해 보았는데요, 물론 많은 사용자들을 가입시키는 것도, 목표한 누적 다운로드 수를 달성하는 것도 저희 앱을 시장이 인정해준다는 지표 중 하나이겠으나, 저는 사용자들이 저희 앱에 가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입소문과 운이 따라줘야 하는 반면에, 저희 앱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유저가 만족하고, 다음에 또 찾아준다면,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찾아와 사용해 준다면, 한 프로덕트의 개발자로서 그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텐션 20%면 기업가치 1000억, 40%면 유니콘, 60%면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나온다는 말이 있죠. 사장님은 저희 기업이 30억의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충분히 리텐션 20%, 즉 1000억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의 KPI는 제가 생각하는 기업의 가치를 실현시켜내는 것, 즉 올해 말까지 리텐션 20%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당장 이 연봉 인상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회사든 어딘가에 소속된 직원으로 일하다 보면, 아무리 자신이 자신의 일을 가치있게 여기고 좋아해도 외부의 시선으로 평가하자면 연봉이 객관적인 단일 꼬리표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제가 이 팀의 유일한 개발자가 되더라도 빠르게 기획단, 디자인단에서 넘겨주시는 바톤을 열정적으로 매번 이어나가는 것, 그리고 현재 그러고 있듯이 제 가능한 모든 시간을 개발 공부에 투자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며 저희 회사에 3~4년간 안정적으로 머무를 계획이라는 것 등을 종합했을 때, 사장님께선 돈으로 환산했을 때 저에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돈이 시간의 가치를 낳는 게 아니라 시간이 돈의 가치를 낳는 거니까요!
 

'making mon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은 나의 연옥  (6) 2024.07.24
두 번째 IR 발표 후기 😳  (1) 2024.05.29
첫 IR 발표 후기 🫣  (0) 2024.05.22
안녕, 과외.  (0) 2024.02.08
그녀만을 위한 특수부대 파병일지  (0)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