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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성인은 오늘부로 과외를 수료하고 졸업합니다. 나는 대치동에서 자랐다. 이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충분히 놀고 즐겨야 할 유년기를 빼앗겨버린 것 마냥 빡세게 자란 애처럼 대하는데, 막상 또 그렇지는 않다. 나도 초등학교 때 매일 하교 후 집 앞 운동장에서 모래와 뒹굴며 그네를 타고 술래잡기를 하고 폐가 팽창해 터질 때까지 뛰어다녔다. 영어학원에서 정말 좋아하는 쌤과 penpal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많은 반과 많은 친구들에게 정과 미련을 두고와서, 지금에 와선 그 모든 유년기의 기쁨 그 자체가 흐려짐과 동시에 더더욱 소중해진 것 같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내 학원비에 부모님이 많은 돈을 쏟아부으신 것은 사실이다. 내가 성인이 되고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어쩌면 성인이 되었지만 대학생은 못되었더라면 더많이. 그래서였을까? 대.. 더보기
중독이면 뭐 어때 퇴직 중독인가봐요. 같이 일하던 디자이너님이 후후 웃으며 나지막하게 말하고 간다. 그녀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새로움에 희망차고, 얼마간 그곳의 단점에 괴로워하다가, 배울 만큼 배우고, 성장할 만큼 성장해서 다시 직장을 그만두는 일련의 사이클.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 나는 정말 이 직장을 잘 마무리하고 벗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후련하고 기쁠 것 같았는데. 자유-를 한껏 누리는 2학기를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게 아니라, 다시 개발 일을 하지 못해 온몸이 근질근질해지면 어떡하지? 그렇게 금붕어마냥, 햄스터마냥 계속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정착하지 못하고 후련함과 압박감 사이를 껑충껑충 오가기만 반복하는 삶을 살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매.. 더보기
당신에게 통나무를 줄 수 없는 이유 망망대해 위에 작은 뗏목 한 척이 둥둥 떠있다. 그 위에는 난파된 네 명의 해적이 옹기종기 앉아 노를 젓고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항해사 두 명은 벌써 몇 개월 째 이 바다에 표류중이다. 보물섬을 찾으리라, 끊임없이 다짐하고 바라면서 몇 개월이고 미친듯이 노만 저어 왔더랬다. 그러던 와중, 그들의 뗏목은 처음으로 자그마한 섬 하나를 지나가게 된다. 아담한 섬, 코코넛이 달린 야자수 나무들은 꽤 보이지만 어딜 보나 보물섬은 아니다. 그 푸른 섬에서 눈길을 못 떼던 2등 항해사는 마침내, 이제 더는 못 젓겠노라, 나는 여기서 내릴 것이다- 하고 단언한다. 나는 이대로 가다간 바다의 산송장이 되고 말 거라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등 항해사는 그 말에 경악한다. 한 명 분의 노동력을 잃은 뗏목은 .. 더보기
Can we make it out? 논리, 말투, 그리고 이해.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난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선다고 굳게 믿고 살아오던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게, 나도, 상대방도, “아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기서 뭐 어쩌라고-” 같이 감정적으로 대화를 종결지어버리지만 않는다면, 대화로 찬찬히 풀어나가지 못할 게 뭐 있겠는가. 흔한 비유지만 엉킨 실타래를 풀어낸다는 것이 참 잘 어울린다. 이 방면 저 방면으로 오목조목 돌려보고, 섬세한 손길로 조금씩, 가장자리를 느슨히 풀어헤쳐 놓고, 그와중에 가운데 실이 갑자기 팽팽하게 당겨지는 순간, 중심에 굳어버린 돌멩이같은 실덩어리 하나가 발견되는 순간, 아- 당신과 나는 이것 때문에 이렇게 갈등해야만 했던 거군요, 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해소하려 노력하는 과정.. 더보기
8월은 나의 연옥 우선 지희님이 업무 강도를 일반적인 개발자에 비해 훨씬 높게 가져가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휴가를 자주 쓰시는 만큼 어느정도 지희님이 감안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열심히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휴가를 자주 쓰는 만큼 일단 몰린 업무는 어느 정도 나의 책임이 있다는 말. 열심히의 기준이 다르다고?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말만큼은 주호가 나에게 쓰지 않아줬으면 했다. 나는 요즘 개처럼 구르고 있는데, 무급휴가이긴 해도 내가 휴가를 가서 일주일 간 개발을 못해드리는 게 미안해서 점심도 걸러가면서 일하고 있는데, 그랬는데도 못 끝낼 분량의 개발을 원했던 거면서, 오늘 끝내기로 한 양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는데요. 라는 말은 내가 지금까지 온 체력을 갈아넣어 .. 더보기
두 번째 IR 발표 후기 😳 첫 번째 IR 발표가 있고 난 그 다음주, 똑같은 수요일! SEOZZI는 또다른 곳에서,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두 번째 PT를 진행하게 되었답니다.   첫 발표 때는 순서가 맨 마지막이었던 반면, 오늘의 발표는 맨 처음이었다죠.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물을 입 안에 머금고, 천천히 열까지 셌어요. 하나, 둘, 셋⋯. 그러다 첫 번째 발표자를 호명하는 아나운서님의 낭낭한 목소리가 들렸고, 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단상 위로 걸어갔습니다!   오늘은 첫 IR 발표 때처럼 마이크가 말썽을 부리지 않았어요. 긴장해서 심장이 투쾅투쾅 헤드뱅잉하지도 않았죠. 목소리가 많이 차분해진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첫 페이지, 두 번째 페이지, ⋯. 어라, 나 너무나 평온한 말투로 발표를 성공적으로 끝내 가고 있잖아! 더.. 더보기
첫 IR 발표 후기 🫣 하아아아아- 일단 개떨렸어. 발표 시작 전까지, 미친 듯이 심장이 두방망이질쳐서, 막 내 가슴팍을 뚫고 나오는 것만 같을 때, 숨을 10초고 20초고 꾹 참고 무식하게 기다렸어. 진정될 때까지. 내 발표는 가장 마지막 차례였는데, 중간 쉬는시간엔 화장실에 숨어들어 머릿속으로 대본 리딩하며 청심환 하나도 쭉 들이켰다지. 왜냐하면, 나는 이 발표를 통해 내가 발표를 잘 하는 사람이란 걸 증명해내고 싶었어. 근거 없는 자신감, 근자감으로부터 탈피하고 싶었거든.    부끄럽지만 작년 2학기에, 나는 발표를 잘 하는 편이지~ 하고 팀플 발표를 거의 준비 안해갔다가 된통 혼쭐이 난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이번엔 철저히 준비했어. 몇십 번이고 크게 스피킹하고, 녹음하고, 돌려 듣고, 셀프로 피드백하고. 내 목소리를 .. 더보기
TO.사장님 안녕하세요, 사장님. 월급을 올려주시겠어요? 👀💰🤗 일단 먼저, 저는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다면 제 가치를 못 알아봐 주신다는 뜻이니 이 회사를 뛰쳐나가겠어요! 라는 입장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먼저 확실히 밝혀두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어디서 들은 말인데, "돈이 시간의 가치를 낳는 게 아니라 시간이 돈의 가치를 낳는다"라는 말에 저는 진심으로 공감하거든요. 그냥 동어반복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해석하기론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는 돈을 받기 때문에 내 시간을 희생해 일을 하는 태도에 가깝다면, 후자는 바로 내가 인생에서 시간과 함께 노력과 관심과 정성을 들이기로 선택한 일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에, 가장 최우선가치를 부여한 일이 이것이기 때문에, 이것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의미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렇..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