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독후감일 줄 알았지? 아니지롱!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을 하나 더 발견해 낸 걸 기념하기 위한 페이지야. 있지, 나는 '말랑말랑'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특히 요즘 들어서는. 목에 힘을 주고 기린이 된 것마냥 온몸을 꼿꼿이 세우고, 완벽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것처럼, 도도하고 당당해 보이려 엄청 애를 쓰고 있었거든. 일부러 말도 고르고 골라 조금 더 있어 보이게, 정갈해 보이게 나열하려고 눈까지 부라리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가장 그 글의 목적에 맞게 쓰면 되는 것 아닐까? 그냥, 저냥- 이런 말들을 굳이 골라내지 않고도 지금 내가 일기장에게 막 종알종알 주절거리는 듯한 이런 말투도 상관없잖아.
Why so serious?
하고 조커같지 않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씩 지을 것 같은 사람. 뭘 그리 답답하게 살아? 그렇게 형식과 격식과 모드와 온갖 체통을 지키지 않으면 죽어? 하고 푸하하- 내 등을 탁탁 치고 지나갈 것 같은 사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작가님께 그런 인상을 받았어. 지금 글이 한층 더 말랑말랑 몽글몽글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그 와중에, 그렇게 쉬운 언어들로 구성한 말은 알맹이가 가득 차있다? 세상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 정의되고 인식된다구, 되게 학식있는 사람처럼 말할 수도 있는 걸,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렇대- 정말 멋지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 나는 그런 여유가 참 부러웠어. 내 이전 일터에 남을 잘 챙기고 실수도 웃으며 눈감아주던 사람이 있었거든. 저번에 다른 글에 🧑🏻으로 등장한 사람인데, 이렇게 주변에서 내가 좋아하는, 내가 닮고 싶어하는 성격이나 태도들을 하나하나 콜렉터마냥 찾아가다보면, 언젠가 나도 그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을 수 있지 않을까?
본문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내 노션 페이지에 갖가지 표정들이 넘쳐흘렀던 적은 없었어. <싱글 인 서울> 영화를 혼자 보러 갔는데, 시간이 남아 메가박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타자를 치는 그 고요했던 순간, 푸스스 하고 배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어. 있지, 난 메가박스 공기 중에 만연한 팝콘의 존재감을 참 좋아해. 여기는 6층인데도 사방의 공기가 노랑색 고소하면서도 달콤하게 물들잖아. 1층에 팝콘 매점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그런 팝콘같은 존재가 될래. 남들을 물들여 간질간질, 그러다 푸하하-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침투해오는 카라멜맛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덕분에 어제와 오늘이 즐거워. 오늘 아침엔 책에서 나온 대로, '발표는 의사결정권자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계획, 마음을 하나로 흐르게 하는 거잖아'라는 문구를 다시금 읊조리고 주간 회의에 참석했더니 말들이 정말 술술 잘 나왔거든. 그리고 조금 이따가는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 이모티콘을 자주 쓰는 사랑스러운 내 사람을 만나러 가겠지.
행복해!
- 저자
- 한명수
- 출판
- 김영사
- 출판일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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