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그냥 버티는 거야.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잖아? 하지만 너의 등은 조금 펴져 있었으면 좋겠다, 응. 왜냐하면 사진에 찍히는 내 실루엣을 보면 확실히 어깨랑 목이 우그웨이 대사부마냥 말려 있거든. 하, 왜 요즘 이렇게 물에 적은 솜처럼 마음껏 가벼워지지 못할까? 해야 하는 일들을 해치우고 해치워서 숨을 몰아쉴 때면 끝없이 적이 나를 향해 계속 몰려오고 있을 거라는 걸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어, 그냥. 내가 만약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었으면 여기서 안광이 반짝 담긴 눈을 부릅뜨고 으아아-!! 소리를 지르며 너를 향해 달려갔을 텐데. 하지만 나는 요즘 침잠하고 있어. 그래, 침잠. 이 단어 참 오랜만에 쓰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한창 감성과 그림과 표현과 상상과 세상을 향한 눈에 젖어 있을 때 종종 일상 위에 떠올리고 하던 말이었는데. 요즘은 열정어린 도전을 하나 상상해 내어도 도저히 현실 속으로 옮겨낼 수 없어, 절대. 의무가 있다는 걸 알면서 그것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책임함과 방종이라 배워 알고 있거든. 하지만 그렇게 의무만 가득히 살아가는 나는 정말이지 건조하고 딱딱해서 곧 바스라질 것만 같은데 어떡하지?
울고 싶다. 대나무 숲에서라도 목청껏 소리지르고 싶은데. 매일 하루살이처럼 그날치 과제를 하고 단순히 쓰러져 자는 것만으로는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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