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ique–bodily control–must be mastered only because the body must not stand in the way of the soul’s expression. The only reason for mastering technique is to make sure the body does not prevent the soul from expressing itself.
-La Meri-
나의 첫 발레 공연이었다. 그리고 어쩔 새도 없이 홀딱 빠져버렸다. 내가 그곳에서 흡수한 신체의 조화와 역동성, 선율과 몸짓을 이내 내 몸 밖으로 표출해내지 못해 애꿎은 작은 심장만 계속 팔딱거리고 있나 보다.
기본적으로 매 바닥과의 접촉이 포인이라는 곧고도 도도한 동작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양의 연습량과 고통이 내가 허락받은 시야 너머로 아득히 펼쳐져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동작은 부드럽게 전개되었으나 그 끝은 항상 의도적이었고 첨예했다. 대충 끝나는 자세가 없었다. 피루엣은 마치 댄서들을 핀으로 수직으로 고정해놓은 것마냥 정교하고 기계적으로 끝없이 되풀이되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니면 시간이 계속 도돌이표를 맞닥뜨리는 것처럼. 발레리노의 힘찬 도약을 가능케 하는 두꺼운 다리 근육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발레리나들의 정교한 등근육의 실루엣이 내 숨을 계속 조여들게 만들었다. 어떻게 사람의 몸의 퍼텐셜이 그렇게 극한으로 치닫을 수가 있을까? Dancers are the athletes of God. 이 말에 반박할 수 있는 단 한 가닥의 근거도 찾지 못하겠다.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신비롭고 우아할 수 있는 절정의 예술을 공연으로 포장해 그들의 몸에서 꺼내어 객석으로 퍼뜨려 주었다. 살랑거리고 때로는 번쩍이며 펼쳐지는 그들의 몸짓이 만들어낸 공기의 기류를 감히 느낄 수 있는 같은 시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떨림이 나를 매개로 계속 공명하고 있다. 하, 나는 어떻게 이 떨림을 표현해낼 수 있을까? 그대로 묵힐 수는 절대 없고, 나는 그러한 행위예술을 똑같이 재현해낼 수 없는데. 이에 초조한 심정으로 손끝 발끝만 잼잼거리고 있다.
나도 한 사람분의 인생으로써 그만한 예술성을 내 삶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다. 어쩔 수 없지 싶다. 그만한 아름다움을 담지 않고 살아가기엔 같은 한 사람 분의 인생을 살아가는 타인이 내뿜는 그만한 찬란함을 내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가 없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아름다움을 복사해내지 않고서는 내가 펑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아, 발레 공연을 보러 가길 잘했다.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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