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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쿄』

좋아하는 걸 얼마큼 더 좋아해야 알고 싶은 모든 걸 다 알게 될까.



  “무언가를 좋아함에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나는 쉽게 지치는 나이를 살고 있는데.“

  일이 년 전쯤에, 어떤 경로였던가, 누가 그랬다. 사람이 늙어버리는 순간은 도전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라고, 그 마음 속 불꽃이 사그라들어 버렸을 때라고. 당시에는 이걸 읽으며 ”음, 나는 그럼 오래오래 늙지 않겠군!” 하고 자만하더랬다.

  나는 요즘 마음이 오들파들 떨고 있다. 감정이 체념이 아니라 불안으로 정의되는 것은, 내 마음속 불꽃이 아예 꺼져버렸는지 아님 약해졌을 뿐인지 마치 블랙박스처럼 알 수 없음에 있다. 예전에는 ‘쉬어가도 괜찮아요. 도전하는 용기만이 용기가 아니라, 그만둘 용기도 용기에요.’ 따위의 흔한 위로 문구를 보면 질색부터 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나는 내 최후까지 불사를 거라고.

  요즘 나는 어떠한가?

  일단 적당히 발버둥쳤던 흙탕물이 가라앉고 적당히 맑아진 것 같다. 좋아하는 스위치 게임을 실컷 했고, 그 시간만큼 마음 속에 ‘좋아함’이 몽글몽글 차올랐으며, 요리에도 재미를 들였다. 도시락을 싸고 학교에  다닌다는 오랜 갈증의 로망을 직접 실천까지 한 발자국 내딛었다. 내가 만들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과제도 완벽히는 아닐지언정 내가 만족할 만한 퀄리티로 열심히 푱푱 제출하고 있다. 또 오랜만에 실물 화방 도구들을 쥐며 뇌내 소근육 감각을 두들겨 깨우고 있다. 잠깐 농태기가 오긴 했지만 운동의 상쾌한 순기능을 다시 느끼며 무사히 재미를 도로 붙였다. 책도 읽고 싶은 것들 투성이라 한아름 빌려 쟁여두었으나, 너무 인풋이 동시에 많아지면 하나하나에 온전히 빠지는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 책변태같이 조금씩 미뤄두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의 요즘은 꽤나 건강하다. 하지만 별거 아닌 것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 그 애정어린 눈길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듣지 않았다면 필히 지금쯤 나의 야망의 생사 여부를 염려하며 잔뜩! 불안해 했을 것. 그래,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착실히 양손에 꼬옥 쥐고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내게 주어진 과제들을 착실히 해나가는 것, 그리고, 매일을 의심하지 않는 것.

 

 
아직, 도쿄
"어쩌면 도쿄를 다시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요." 일상의 우연한 순간을 부드러운 선으로 채운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 임진아의 에세이 『아직, 도쿄』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임진아 작가에게 ‘도쿄’란 정리할 수 없는 자신의 취향이 모여 있어 기꺼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곳,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좋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자 모처럼 ‘나’라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이다. 임진아 작가는 도쿄 여행을 통해 자신이
저자
임진아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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