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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어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下)

  의미를 찾아야 한다라.. 해야 한다는 건 알면서도 계속 모르쇠 외면해왔어. 그도 그럴게, 그 사람이 정말 나에게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 그를 놓쳐버린 것이건, 아니면 알고보니 별로 그렇게 소중한 사람도 아니었는데 내가 그에 대해 과잉해석하고 과민반응했던 것이건, 전자와 후자 모두 기분이 몹시 찌뿌둥하잖아. 별로란 말이지.

  하지만 드디어 어젯밤, 딱 느껴졌거든. 그동안의 고민들이 무안해지게, 너무 단순하게, 그리고 짧게.

  아,
  나는 더이상 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구나.

  어쩜 이럴수가-! 라는 생각은 신기하게도 들지 않았어. 나는 항상 그런 사람인 것 같아. 많이 좋아하고, 하지만 절대 표현하거나 마음을 전하진 못한 채, 그렇게 멀어졌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모든 잔가지 마음을 깔끔히 잘 정리한 채 다음-을 기다리고 있더라.

  그리고 그렇게 떠나보낸 사람은 딱히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더라.

  가뿐하지, 그리고 김 빠지지.

  하지만 난 이 진실이 마음에 들어. 상편에 나온 모든 욕심과 야망, 도전의식을 그 사람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 게 잘못이었어. 정작 그 사람으로부터 그 모든 게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그 이의 정수리에서부터 이파리도 자라나고, 꽃봉오리와 열매도 맺히고, 그렇게 모든 것이 쑥쑥 자라나면서, 울창해진 작은 생태계가 그 사람을 자연스레 가려버린 것일 뿐. 식물을 보면서 어라, 이 식물의 뿌리는 왜 안보이지- 하지 않잖아. 나는 그냥 이 땅 위로 올라온 식물 부분을 마음껏 사랑해주다가 가을이 오면 수확해 가면 돼. 뿌리는 그즈음엔 땅속 박테리아에 의해 완전히 분해, 흡수되어 거름이 되어 있을 거야.

  ☺🪴
  마음에 든다. 그리고 훨씬 홀가벼워졌어. 나에게 당신은, 이렇게밖에 남지 못했군요.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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