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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선물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그 별들 중 하나에 내가 살고 있을 테니까.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게 웃고 있는 듯이 보일 거야.

 

🌌

 

  어린왕자의 웃음 소리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들어본 적은 없지만 조종사 아저씨만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리라는 걸 확실히 알아요. 순수한 그 아이가 자주 들려주던 웃음 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어린 왕자는 별빛 사막 아래서,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꽃에게 돌아가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조종사 아저씨에게 말합니다. "내 선물이야, 아저씨. 아저씨는 이 별하늘을 가지게 되는 거야."
 
  테이블에 둘러앉은 다른 어른들이 무엇이 중요한지를 두고 저마다 돈, 지위, 학식, 성공, 여러 후보들을 쏟아놓으며 목청을 높이고 있을 때, 아저씨는 조용히 베란다에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고, 그들 중 어느 누구보다 진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드높은 창공에 총총히 박혀 있는 쏟아지는 별자리의 빛 속 어느 한 조그마한 별에 내가 있다는 걸 아저씨는 아니까. 내가 웃고 있으리라는 것도 아저씨는 알 테고, 그럼 나의 웃음 소리가 저절로 귓가에 들리는 듯 느껴지겠지. 그럼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게 웃고 있는 듯이 보일 거야. 그럼 아저씨는, 결국 이 별하늘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거야!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생각이고, 섬칫하도록 시린 순수함이다. 선물을 준다 해놓고, 그가 두 손을 하늘로 활짝 펼친다면,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이걸 웃어줘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곘지. 만약 어린왕자가 이렇게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가 나에게 '별하늘을 선물로 준다'고 했을 때 "응응 그렇구나~ 우리 어린왕자가 별하늘이 갖고 싶었구나~" 하고 말았을 거야. 이렇게 멍청할 수가!
 
  누군가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평범한 찻잔이, 평범한 인형의 얼굴이, 평범한 장소가, 나에게 유독 특별해지고, 소중해지고, 결국 내가 소중히 여긴 그 사람이 그 물건을, 그 공간을 내게 선물해 준 거나 다름없어진다는, 이 말에 진심으로 동의하는 바다. 실제로 나에게도 그렇게 받은 선물들이 있으니까.
 
  참 고전명작이구나 싶다. 삶을 살아가는 내 캐릭터가 힘없는 닭가슴살처럼 퍽퍽해지려는 순간마다 멈칫하고 어린왕자에게로 돌아오고 싶다. 어린왕자에는 수많은 명언들이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제일은 바로 저 문장이지 싶다. 어린왕자는 한없이 거대한 별하늘을 통째로 조종사 아저씨에게 선물해 주고 싶을 정도로 그를 진심으로 좋아한 것이고, 또 조종사 아저씨가 자신을 계속 소중히 기억해 주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