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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슈퍼맨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자신의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해서 좌절하는가?
사람들이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하는가?

  슈퍼맨은 나쁜 게 아니다. 그에게는 전 세계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 능력을 알맞게 사용한 적절한 케이스일 뿐. 만약 그가 세상을 구하지 않았거나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일에서 도망쳤다면 그 기억은 분명 뼈아픈 후회로 자리잡았을걸. 하지만 이제 이 경우는 문제가 된다. 슈퍼맨이 아닌 사람이,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안타까워라.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알고보니 실제와는 달랐다는 내용의 비극이잖나. 이 세상은 꿈으로 가득하다. 꿈을 팔고, 꿈을 사서 벅차오르는 사람들. 나 역시 열정적인 꿈 소비자다.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나의 상상이 이루어질 미래를 고대하며, 그 이미지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 맞닿으려 열심히 궁리하고 기웃거리다 몰입하다 휴식하다 달려가는 삶. 그게 요즘 나의 삶 한 줄 요약본이다.
 
  비()슈퍼맨의 슈퍼맨 동경 일지는 왜 안타까우냐 하면, 그건 현실 속 그의 육체가 그의 비상한 비전, 정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helping hand, 저기서도 구원의 손길이 되고 싶겠지만, 최대한 많은 경험 속에서 열정적이고, 크게 기여하는 부원이자 팀원, 리더, 선생님, 제자가 되어 다방면으로 존재하고 싶겠지만, 그랬다간 그의 몸이 망가지고 말 거다. 바사삭 부서지는 하찮은 쿠키마냥.
 
  지난 겨울 나는 그렇게 부서질 뻔하다 살아났다. 솔직히 모든 걸 관두고 난 지 첫 일주일 만에 모든 게 괜찮아진 줄 알았다. 하지만 과로의 잔상은 꽤 오랫동안 내 생활 습관이나 무의식 속 걱정에 진득하게 스며들어, 은근한 무기력증을 보이길 몇 달. 흔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조차 버거워, 평범한 SNS 스토리 하나 올리게 되기까지 결과적으론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괜히. 바보같이.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이렇게 조용하게, 본업에 집중하며,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한창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을 챙기느라 녹초가 되던 시기에 쓴 글이 있다. "내가 그리고 싶은 여성"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중간에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입력해 넣은 다음 이 말이 항상 내 마음속에 남아 나를 괴롭혔다.
 

나만을 위한 시간들, 인생에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자유.
하지만 나는 영영 그러한 겨울 방학을 가질 수 없게 될까봐 두렵다.

 
 
  눈물겹도록 불쌍했던 과거의 바쁜 나.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인데, 그런 아이가 이 말을 하며 두려움에 울상짓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이따금씩 감정적이 되곤 한다. 하지만 덕분에 영영 가질 수 없을 줄 알았던 '그러한 겨울 방학'을 난 이번 기회에 가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여유있게, 매일매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빡빡하게 스케줄이 늘어져 있는 게 아니라, 오늘은 이거 해볼까? 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긴 거다. 그런 삶을 살게 된 거다.

 

  100번을 다시 고민해도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나는 이러한 확신들이 늘어나는 게 인생인 것 같다. 참 기대되고 흥미로워 살 만한 맛이 나는 맛있는 인생. 전지전능한 슈퍼맨이 아니어도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는 슈퍼맨으로 매일을 살기만 해도 진짜 개짱멋진 삶일 거다. 솔직히 내가 힘들어~ 하고 포기한 날들만 세어 봐도 헤아릴 수 없을 텐데, 하루하루가 선명히 꽉 채워 살아진 삶이라면, 그 하루하루들이 다 기억 나기만 해도 인생은 반짝이는 다채로움일 거다.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