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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은

  가만히 바라본다. 지그시-.

  확대해서 바라본 그의 두 눈은 짝짝이다. 오른쪽 눈은 약간 삼각형, 그리고 왼쪽 눈은 조금 더 똘망한 타원형. 평소에 그의 얼굴을 지나치듯 쳐다볼 때에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마음 놓고 원없이 그를 확대해볼 수 있는 밤이라는 기회를 틈타 숨겨져 있던 비대칭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잭콕을 한 모금 더 들이킨다. 으으, 맛없어. 그녀의 동심인 콜라를 복실복실한 북극곰과 함께 어거지로 어른들의 고오급진 술에 통째로 첨벙 담가버린 맛. 그는 어른이다. 그녀는 어린이의 마음이고픈 semi-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취향을, 그를 흉내내 보며 점점 같은 것을 좋아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닮아가고 싶었는데. 쓴 술을 좋아하는 그의 입맛은 좀체 따라갈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하아-, 그녀는 한숨을 내쉰다. 사람들은 왜 가질 수 없는 것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걸까? 막상 아무 때나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정도로 좋아하거나 신경쓰지도 않았을 텐데. 정말 단순무식하고 한심해. 짝짝이 눈이 달린 사람이나 좋아하고. 하지만 그는 그녀 또한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이 살짝 다르다는 점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거다. 왜냐구? 그녀가 그를 보듯 그녀를 자세히 본 적이 없거든, 그는.

  밤은 홀로인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든다. 그래서 그녀는 잭콕을 한 모금 더 들이키고, 편의점 녹차를 급하게 두 모금 더 들이키고, 부드럽고 커다란, 오늘부로 자신의 것이 된 하늘색 인형을 꼬옥 껴안는다. 그녀의 오늘치의 부침이 선선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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