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마음에 휘엉청 바람이 부는 날에는, 눈을 감고 숨만을 내쉬며 그 속의 우주를 느껴보라고. 스읍-, 그건 마치 고고한 솔과 대를 지나가는 하이얀 바람. 후우-, 그건 마치 잘게 부서지는 파도들의 메아리. 다시,
눈을 뜬다.
일부러,를 강조해서 타인들의 불필요한 인기척이 덜해지는 밤에, 오늘 치의 싸움을 끝내고 가벼운 발소리를 내며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날들이 이어진다. 다른 종류의 날들도 이어진다. 예를 들면 내 할 일에 내가 짓눌려, 일이 적었다면 능히 해냈을 모든 일들로부터 도망쳐 쥐구멍으로 숨어버리는 날들. 그런 날들의 밤은 대개 침대가 무겁다. 폭신한 이불이 버거워서 누운 자리가 편하지 못하고, 이대로 잘 수는 없다는 생각에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길 한 시간, 두 시간. 그 시간들이 더 꼴보기 싫어져 마지막에는 가장 지치고 찢긴 마음의 형태로 잠에 든다.
첫 스타트는 꽤나 잘 끊었다는 우쭐함. 기한을 3/4로 단축시켜야만 하는 나만의 이유. 그때까지도 끝내 타인에게 거절을 말하는 게 두려워서 할 수 없이 일을 캐리어에 싸서 유럽까지 데리고 갔던 일. 가히 환상적이었던 리카베투스 언덕에서의 뚝심 있는 다짐. 큰 변화, 다리에 힘 꽉 주고 지나가게 놔둔 시간들. 조금의 비겁함, 많은 초조함, 이 정도면 괜찮다는 자기합리화.
하지만 역시나 긍정적인 감정들. 내가 빠르게 리드를 치고 나갔을 때, 부탁받은 일을 '결국' 해내고야 만다는 나 자신의 절대성에 대한, 관성에서 비롯한 자부심 반 자만심 반의 도취. 회피성 자아에 대한 질타, 질타, 그리고 질타. 결국 어느 정도는, 아주 조금은, 회피보다 맞서고 털어놓고 협력을 구하는 게 훨 낫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다행이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어떤 작업, 어떤 직종이 되었든, 자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놓을 수 있는 환경은, 그리고 그 환경과 스스로에게서 탄생한 결과물은, 숭고하다. 타인과 협업하는 방식을 또 한번 더 배웠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협력이라는 과목은, 여러 번 재수강 할수록 확실히 내게 조금씩 쌓이는 게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Flutter를 처음으로 공부하는 입장에서 만들어본 앱을 통해 초벌을 기하고, 이 단기간 외주 프로젝트를 통해 신선한 풀스택 기름으로 재벌까지 마쳤다. 이제 내 고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탐스럽다.
어제를 기점으로, 모든 개발업무를 마무리하고 깔끔하게 수고하셨습니다-!! 를 외쳤다. 뿌듯했고, 자랑스러웠고, 놓치지 않았음에 감사했던 두 달이었다. 도전하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또 하나의 도전이 또 하나의 성공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나라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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